'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줄여서 '단통법'이라고 부르죠. 2014년 시행된 이후 10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인데요. 지난 22일, 드디어 도마 위에 올랐어요.
단통법 이전의 한국은
단통법이 있기 전에는 통신사 대리점 어딜 가나 '공짜폰' 광고가 나부꼈어요. 실제로 조건에 따라 '거의' 공짜로 휴대폰을 살 수 있었죠. 통신 3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했기 때문.
당시 통신사의 보조금이 풍족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보조금이 모든 소비자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는데요. 어떤 소비자는 흥정을 잘해서 보조금을 왕창 타 냈지만, 또 어떤 소비자는 감언이설에 속아 이른바 '호갱'이 되곤 했죠.
같은 휴대폰을 사는데도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던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게 단통법이에요. 내용은 간단했어요.
① 통신사는 보조금 미리 정해서 공지하고(공시 지원금),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② 정부는 보조금에 상한을 걸어서 통신사 간에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한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도 웃고, 통신업도 발전할 거라고 장담했어요 어떤 대리점에 가서 어떻게 흥정을 하든 간에, 지원금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소비자는 호갱이 될 걱정이 없고요. 통신사는 지원금과 마케팅 경쟁에 열을 올릴 이유가 없으니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그리고 통신사가 이렇게 아낀 비용을 인프라와 품질에 투자해서 산업의 질이 올라가고, 통신 요금 경쟁을 하며 요금도 저렴해지리라고 기대했죠.
유일한 승자는 통신사
단통법 시행 후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은 사라졌어요. 얼핏 공평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싹 불태운 꼴. 모두 똑같이 높은 가격에 휴대폰을 사는 시대가 열린거죠.
소비자 일부만 호갱이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전부가 호갱이 돼버린 거예요.
정부는 통신사가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품질, 통신 요금 등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경쟁을 하리라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통신사들은 그냥 경쟁자체를 그만뒀어요. 보조금 지출을 아낀 상태에 만족하고 곳간의 빗장을 걸어 닫았거든요.
정부가 나서서 통신 3사의 담합을 맺어준 셈이죠.
휴대폰 정말 저렴해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어요. 당장 폐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관련 논의도 여러 번 있었죠. 실제로 2017년엔 단말기 보조금에 33만원의 상한을 걸어둔 조항이 폐지되기도 햇어요.
하지만 상한제 폐지 후에도 통신사 보조금은 별반 늘지 않았고, 소비자도 변화를 체감할 수 없었어요.
이번엔 정부가 아예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섰어요
통신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정해서 공시하는 의무도 없애고, 공시 지원금 외의 보조금을 제한한규제도 해제하는 거죠. 휴대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만큼, 단통법을 없애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취지예요.
하지만 이제 와서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그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인 평가가 잇따라요. 과거 단통접이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을 멈추게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단통법이 없어져도 통신사들이 경쟁할 이유가 딱히 없거든요. 당시는 4G가 막 도입되던 시기라, 통신사는 4G 고객을 유치하려고 필사적으로 보조금을 뿌렸어요. 지금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에 다다르고, 5G 보급률도 70%에 육박해요. 통신사로선 경쟁을 벌여도 고객을 대량으로 유치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굳이 영엽이익을 희생해 모험할 이유가 없는 거죠.
게다가 단통법 폐지는 아직 정부 차원의 계획이에요.
실제로 폐지가 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요. 여야 모두 대체로 단통법 폐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죠.